당신은 이제 이 연극의 각본을 압니다. 당신은 어떤 결말을 맺고 싶나요?
여름밤 저녁 아홉시. 가로등 하나가 덩그러니 비추고 있느 골목 어귀, 잊혀져있던 공중전화 벨이 요란하게 울립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인적을 감춘 골목길, 받을 이 없는 전화벨을 잠자코 지켜보다 수화기를 무겁게 들면 너머에서는 낡은 테이프에서 튼 것만 같은 바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오늘은 날씨가 습해요.] 그 목소리는 당신이 직접 장례를 지냈던 그 사람의 목소립니다. [ 이 전화가 끝날 때 쯤엔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
KPC와 탐사자는 새해 기념으로 오사카로 여행을 왔습니다. 오늘은 즐거운 여행의 둘째날입니다. 마침 일기예보에서는 내일까지 눈이 내린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절경입니다. 다행히 이륙시간 전에는 그친다고 하니 안심합니다. 입국 비행기는 12월 31일, 내일 저녁 11시 30분. 알찬 일정을 보내도록 합시다, 우리들의 잊지 못할 추억을 위해.
탐사자가 눈을 뜨면 그 곳은, 아, 넓고도 넓은 마을입니다. 지평선 너머로는 노을이 붉게 하늘을 물들이고 있습니다. 아담하고도 비슷하게 생긴 집들이 같은 간격으로 이 들판을 메웁니다. 탐사자는 도로 위에서 깨어납니다. 그곳에 덩그러니 앉아 그렇게 노을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누군가가 노을을 등지고 서서 손을 뻗으며 탐사자를 불러옵니다.“일어나, 탐사자. 여행의 시작이야.” 나는, 당신은 어디서 온 걸까요